팔라우 다이빙 여행-3
3.29(수)
어제와 같이 6시 기상 수영장에 갔다 식사하고 8시 pickup, 배로 Palau에서 가장 유명한 point인 Blue hole 로 갔다. 아침에 비가 내리더니 이동 중에 비가 멈추었지만 열대 특유의 강열한 햇빛은 보이지 않았다.
1 Virgin Blue Hole
Blue Hole 보다는 규모가 작은 우물 같이 생긴 hole 로 떨어졌다. 바닥은 그렇게 깊지 않았고 아무것도 없었다. 옆으로 빠져 나와 큰 바다로 나왔다. 그렇게 크지 않는 거북을 한 마리 만났다. 시파단에서는 2m 가 넘는 거대한 거북들이 가는 곳마다 넘쳐 나는데 여기서는 작은 거북을 만나도 너무 신기할 뿐이다. 피사체가 별로 없어 거북을 계속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2 Blue Hole
우리 가이드는 별로 말이 없다. 입수 전 잠깐 바다에 들어 가면서 어떻게 하라는 주의 사항만 얘기할 뿐… 오늘은 특별히 우리 4명에게 만 후레쉬를 하나씩 주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에서 떨어지자 마치 깊은 우물에 들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넓지 않은 통속을 미끄러져 들어 갔다. 강렬한 햇빛이 빗살무늬 마냥 물속을 파고 들어 줘야 하는데 그 햇빛은 구름 속에 숨어 있었다. 사진은 빛과 어둠의 싸움이다. 밝은 게 없으면 어둠도 없다. 20m 정도 내려 갔을 때 오른 편으로 작은 구멍이 하나 보였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입구에 절대 들어 가지 말라는 문구와 해골 그림이 그려진 현수막이 쳐져 있었던 그 동굴입구로 보여졌다. 당연히 우린 거기는 들어 가서는 안 되는 죽음의 골짜기로 알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우릴 거기로 안내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버티고 있었다. 후레쉬 없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한참 들어갔을 때 가이드가 한곳을 집중적으로 후레쉬를 비추었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사람의 해골이 놓여 있었다.
예전 일본 다이버가 이 동굴에 들어 왔다 입구를 못 찾아 결국 사망했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그 유골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섬뜩했다. 왜 가이드가 다른 팀에게는 안주는 후레쉬를 우리에게만 주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한 명이라도 초보가 있으면 절대 여길 데리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은 인간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스피드를 즐기거나 극단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가까이에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 한다.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바다 속 동굴에서 길을 잃고 얼마 남지 않은 공기를 의식하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 해골이 되어 버린 다이버의 영혼이 아직 이 동굴을 벗어나지 못한 것 처럼 느껴졌다. 서늘한 기운이 머리를 쭈빗쭈빗하게 만든다.
역시 도시락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마지막 다이빙 장소로 이동했다.
3 Blue Corner
자갈이 곱게 깔린 골짜기가 전개 되었다. 각종 고기들이 뛰노는 어항에 들어 온 기분이었다. 꼬리가 긴 레오파드 만타 2마리가 열을 지어 우아한 자태로 미끄러져 갔다. 숨이 멋을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따라 갈려는 데 가이드를 날 잡았다. 만타 뒤로 십 수명의 일본 다이버들이 수중카메라를 들고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따라 가면 만타는 도망갈 것이고 다른 다이버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것 같다.
Yellow fish, 바라쿠타, 나폴레옹피쉬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아름다운 열대어 떼들이 유영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와 보였다. 여기라면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로써 4번째 온 팔라우에서 201회-206회 다이빙 기록이 나의 Log Book 에 올라갔다.
계산을 하고 가이드에게 tip(100$) 을 주고 샵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은 없지만 한 순간, 한 사람의 기억도 우리에겐 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저녁식사
다이빙이 끝났다는 안도감에서 일까 그 동안 거의 술을 먹지 않던 안조훈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태국식당에서 시작된 술은 Hotel 방에서 이어졌고 다시 1층 로비 Weltz bar에서, 급기야는 안조훈씨와 권홍순씨는 밖에 나가 술집을 방황하다 잔뜩 취해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술
알코올 레벨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는 어울리기가 아주 어렵다. 정신 없이 취한 사람이 설정한 수준의 매너는 필경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엄청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계속 자는 체하며 그들이 빨리 상황을 끝내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도가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내가 가져온 반 병 남은 56도 짜리 고량주를 발견한 것 같다. 17도짜리 소주로 따지면 1병 반정도의 결코 작지 않는 양이다.
저 맛간 상태에서 저걸 마신다면 내일 아침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 말려야 하나를 고민하는 중에 더 많이 취한 안조훈씨가 다 마셔 버렸다.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나서기는 너무 늦어 버렸다. 한참을 지나 권홍순씨는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것 같았고, 혼자 남은 안조훈씨는 마치 앞에 사람이 있는 듯이 보이지 않는 유령과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2시도 넘은 것 같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 밤을 지새울 수는 없다. 일어나 서기도 힘든 안조훈씨를 부축하여 내일 살아서 보기를 간절히 빌며 옆방으로 인도했다.
3.30(목)
오늘은 다이빙이 없다. 적당히 시간 보내다 낼 새벽 비행기로 한국에 가면 모든 일정은 끝난다. 8시경 기상하여 수영장에서 몸풀고 식사를 했다. 근처 바다에 가보려고 나오니 권홍순씨도 같이 가자고 따라 나온다. 수영할 수 있는 beach 는 멀리 있다고 한다. 근처에 보이는 바다는 망그로브나무가 자라는 지저분한 바다였다.
돌아 오는 길에 집을 보수하는 인부 3명을 만났다. 그 중 깡마른 노인이 대추같이 생긴 과일과 잎을 주며 씹으라고 했다. Chewing Tabaco 라고 한다. 핏빛 빨간 액체가 입술을 타고 흘러 나왔다. 머리가 핑 돌았다.
빈집도 꽤 보였다. 여기도 경기가 별로 안 좋아 보인다. 허물어 질 것 같은 집에 살아도 자동차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점심식사
매일 가던 Tai 식당 1층 쌀 국수 파는 식당으로 갔다. 맛은 있었는데 값이 비싸다.
수영강습
오후에 수영장에서 정진우씨에게 수영을 가르켜 주었다. 인간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유지할 수있는 건 순전히 교육 때문이다. 습득한 지식을 전달할 수 없었다면 우린 결코 다른 동물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지 못했을 것 이다.
오후에 낮잠을 1시간 정도 자고 짐을 챙겨 6시경 lobby로 내려와 짐을 맡기고 저녁식사 하러 tai 식당에 또 갔다. 난 다른 식당에서 다른 음식도 먹어 보고 싶었지만 이들은 계속 똑 같은 곳에서 똑 같은 음식을 먹자고 한다.
마사지
8시 반까지 lobby에서 인터넷을 하다 hotel 맞은 편에 있는 마사지 샵으로 갔다. 발(30$), 전신(35$) 4명 이서 5$씩 깍아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았다. 필리핀에서 온 아가씨들은 기술이 별로 없어 보였다. 시간 보내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팁 5$주기가 아깝게 느껴졌다.
시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 다시 lobby로 와 어석한 곳을 찾아 잠도 청해보지만 억지로 시간 보내는 것 만큼 지겨운 것도 없다. 그나마 기행문을 쓸 수 있어 다행으로 느껴졌다. 12시50분 경에 Sea World 사장이 픽업하러 왔다. 조그만한 시골 공항이용료로 50$이나 받는다. 100$로 올리려다가 반대가 심해 그만두었다는 데 공항세를 올리면 다이버들이 많이 줄지도 모른다.
공항 매점에서 맛없는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얼큰한 한국라면이 아니라 유감이다. 3월 31일 새벽 2시 55분발 KAL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8시5분 도착)
뿌연 잿빛하늘에서 곧 비라도 쏟아 질 것 같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과 남색물감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열대바다, 열대어들이 한가로이 유영하는 듯 잘 꾸며진 어항 속 같은 바다 속 영상이 떠올랐다. 인간을 꿈꾸는 동물이라고 한다.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고 힘들지라도 꿈(여행)을 꿀 수만 있다면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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